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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용 페이지는 밀리의 서재 기준이라 종이 책 페이지와는 다릅니다.
다음은 무슨 책을 읽을까 역마처럼 밀리의 서재를 서핑하던 중 그냥 표지가 끌려 우연히 클릭한 '천 개의 파랑'의 첫 문장은 나를 책 속으로 완전히 빠져들게 만들었다.
경마장 휴머노이드 기수인 '콜리'의 시점으로 이야기가 시작되는데.. 사실 초반 부분을 읽을 때만 해도 앞으로의 서술에 공상과학과 관련된 내용이 많이 나올거라 지레짐작 했지만 이 책에서 'SF'로 볼 수 있는 부분은 '콜리' 단 하나. 소설 속 인물들의 자세한 감정묘사와 갈등과 앞으로 지속해서 우리 사회가 해결해야 할 문제 (장애인, 동물, 로봇윤리) 등은 이 책이 SF 장르라는 것을 잊게 만들었다.
이 책의 동물 윤리에 대한 이야기는 경주마 '투데이'를 통해, 사회적 약자 그중 장애인에 대한 이야기는 '은혜'를 통해 진행되었는데, 둘 다 내가 관심 있는 사회문제기 때문에 더욱더 책에 깊이 빠져들었던 것 같다.
책에 있는 모든 글이 다 명언이라 하이라이트를 안칠 수 없었는데, 그만큼 나에게 많은것을 생각하게 해주는 책이었기에 몇 구절을 인용하려한다.
운이 나빠서 죽게 되는 경우는 단순해요. 그 좁은 마방을 벗어나 살 곳이 없거든요. 저는 안락사를 반대하는 입장이지만, 무턱대고 반대하는 건 결국 그 아이들에게 알아서 죽으라는 말밖에 되지 않는 것 같아요. 이미 이 행성은 인간 중신의 행성이 됐잖아요.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는 세상 밖으로 나가면 어느 동물도 살아남지 못해요. 동물들의 살 수 있는 네트워크가 아예 존재하지 않아요. 이걸 해결하기 위해서는 어떤 부분을 고치는 게 아니라 처음부터, 아예 다시 프로그래밍을 해야 된다는 말이에요. 이 사회가.
-천 개의 파랑 (108p)
이곳이 아니라 더 좋은 세상에서 자유롭게 살라며 문을 열어 주고 싶었던 적이 얼마나 많았던가. 그 좁은 케이지 안에서, 정해진 시간에 배식하는 기계에게 온기를 느끼겠다고 몸을 부비는 아이들을 보며 이 행성에서 인간이 사라졌으면 하고 얼마나 많이 바랐던가. 지독히도 인간 중심적인 이 행성에서 동물들은 변화의 희생양일 뿐이었다. 보호받지 못하면 살 수 없도록 만들어 놓고 이제 와서 자유를 주다니. 복희는 그것 역시도 착해지고자 하는 인간의 이기심이라 여겼다.
-천 개의 파랑(108p.)
물론 빠른 시일 내에는 아니겠지만 아주 먼 미래에요, 짐승이 이 행성을 포기하게 되는 거요. 이곳에서는 더는 살 수 없다고 판단한 동물들의 유전자가 스스로 죽음을 택하는 거예요. 빛 한 번 보지 못하고 좁은 울타리에 갇혀 착취당하는 삶을 반복하다 보면 언젠가 유전자가 생존의 수단으로 죽음을 택할지도 모르잖아요
- 천 개의 파랑(173p)
가축이 된 짐승과 인간과 친한 몇몇의 동물들 뺴고 모든 동물들은 몇세기 안에 사라질 것이다. 소리 소문 없이.
-천 개의 파랑(163p)
SF 지만 동물 생명에 더 많은 비중을 두고 있는 책이었다. 사실 이 밖에도 동물윤리와 관련된 인용 구절이 많지만 추리고 추려 위 4개의 구절만 가져왔다. 살아가면서 인간은 참 모순적이고 이기적이라고 느꼈을 때가 많았다. 특히 동물윤리 관련해서는 항상 '인간혐오'가 뒤따라온다.
최근 케이지 안에서 태어나 케이지 안에서 삶을 마감하는 닭들의 일생을 한 다큐멘터리로 접하게 되었는데, 그 좁은 케이지 안에 가두는 것도 모자라 닭을 열흘 이상 굶겨 달걀을 많이 낳게끔 사육한다고 한다. 닭들은 고통에 신음하고 점점 갈수록 괴성을 지를 힘조차 없어 닭장 안은 조용해진다고 한다. 또 털갈이 과정 중 상당수의 닭들은 이를 견디지 못하고 죽어간다고 한다. 털갈이를 마친 닭은 4개월 후 도계장으로 가 가공육 제품의 원료로 쓰인다. 얼마나 잔인한가. 이 다큐멘터리의 짧은 클립을 보고 한동안 아무 생각도 할 수 없었다.
인간은 자기가 마치 신이라도 된 마냥 지구상의 모든 생명은 인간에 의해 생과 사가 결정되게 만들었다. 책 인용절처럼 이 세상을 다시 프로그래밍 해야 할 정도로 너무나도 잘못됐다. "빛 한번 보지 못하고 좁은 울타리에 갇혀 착취당하는 삶을 반복하다 보면 언젠가 유전자가 생존의 수산으로 죽음을 택할지도 모르잖아요" 이 구절이 되게 신선한 충격이었다. 생각해 본 적 없는 멸종 방법이었기 때문이다. 정말 상아 없는 코끼리가 발견된 것처럼, 최후의 죽음을 택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한편으론 이런 생각도 했다. 유전자가 생존의 수단으로 죽음을 택하면 인간들은 유전자 조작을 해서라도 자신들에게 필요한 동물은 살려둘 것이며 그것도 모자라 새롭게 창조를 하겠지.
암울하지만 이미 유전자 변이가 아니더라도 지구 온난화 등의 환경파괴로 서식지 변화 및 동식물들이 짝짓기를 못하는 등 멸종의 길로 들어가고 있다는 게 현 상황이다. 인간은 인간외의 지구의 모든 생명체들의 적이 아닐까..
너도 언젠가 우리보다 뛰어난 외계인이 나타났을 때 그 외계인을 위한 숭고한 죽음을 겸허히 받아들이라고 저주했다.
-천 개의 파랑( 106p.)
사이다 10통 마신 기분.
앞에서 인간 혐오를 주야장천 외쳤던 내 꿈은 모순적이게도 내 능력으로 사회적 약자를 돕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 생명을 사랑해서 지구상에 존재하는 생명에 가장 많은 해를 가하는 인간을 생명중에서 가장 싫어하는 듯...ㅎ
그리고 아주 가끔씩 경사진 인도를 내려가는 은혜의 휠체어를 허락도 없이 붙잡아 도와주는 사람도 있었다. '도와준다'라고 표현하고 싶지 않지만 그 사람들 입장에서는 그랬다. 사람들은 그걸 선의라고 생각했다.
-천 개의 파랑(123p)
기술의 발달 과정에서 은혜는 철저하게 삭제되엇다. 사람들은 지하로 가라앉은 은혜를 모르는 척 외면하더니 어느 순간 휠체어에 앉혀놓고 측은하고도 안쓰러운 눈빛으로, 이 기술이 너를 구원했다는 듯이 굴었다. 이 몸으로 세상을 살아갈 수 없었다면 애초에 생겨나지도, 태어나지도 않았을 거였다. 우주는 자신이 품을 수 있는 것만 탄생시켰다
-천 개의 파랑 (152p)
공평과 공정은 무엇인가? 어느 게 맞는 선택인가. 요즘 많이 생각하는 주제인데.. 때문에 다음 책은 이와 관련된 책으로 읽지 않을까 싶다. 내가 내린 결론은 공평보다 공정이다. 사람으로 태어나냐 동물로 태어나냐, 부잣집에서 태어나냐 가난한 집에서 태어나냐 등 태어났으니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 하는 조건들이 있다. 이는 공평하지 않다. 또 어느 누구는 몸이 불편한 채로 살아가고 어느 누구는 사지가 멀쩡한 채로 살아간다. 운명을 수긍한 채로 받아들여야 하나? 가난한 사람은 평생 가난하게, 불편한 사람은 평생 불편하게 살아야 하나? 공정하지 않은 사회는 지금도 많은사람들에게 삶의 선택으로 죽음을 택하게 만든다. 이를 막기 위해선 우리 사회는 공정해야 한다. 어느 누가 약자로 태어나 약자의 삶을 살아가며 약자로 삶을 마감하고 싶은가.
우리 사회가 공정한지에 대해 실생활에서 가장 빠르게 느낄 수 있는 예시가 바로 공공시설이라 생각한다. 공공시설을 누구든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나? 공공시설은 학교, 버스, 공원 등 신체적 불편함, 재산 등과 상관없이 모든 사람들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아직도 사회적 약자들은 공공시설 이용에 많은 불편함을 겪는다.
특권층이 목소리를 내야 세상은 빨리 바뀐다. 현실은 가진 자들은 자기보다 상대적으로 갖지 못한 자들을 외면한다. 그들은 은연중에 우월감을 느끼며 자신들만 이 세상을 누리려는것 같다.
그리고 또 그 사람은 우리와 같은 온전한 두 다리를 갖고 싶은게 아니에요. 다리는 형체죠. 진정으로 가지고 싶은 건 자유로움이에요 ( ... 중략 ... ) 문명이 계단을 없앨 수 없다면 계단을 오르는 바퀴를 만들면 되잖아요. 기술은 그러기 위해 발전하는 거니까요. 나약한 자를 보조하는게 아니라, 이미 강한 사람을 더 강하게 만든다고 생각해요.
-천 개의 파랑 (234p)
"나약한 자를 보조하는 게 아니라, 이미 강한 사람을 더 강하게 만든다고 생각해요." 이 구절이 참 좋았다. 많은 엔지니어들이 장애인 복지를 위해 힘쓰면 이 세상은 좀 더 따뜻해질까. 적어도 나는 그런 엔지니어가 되고 싶다. 기술 발전에서 그 누구도 배제하지 않고 함께 발전할 수 있는 사회가 됐으면 좋겠다.
https://youtu.be/P9Tf8JBR5TM
인상깊게 봤던 영상이다. 혹여나 이 글을 보는 누군가도 이 영상을 봤으면 해서 올린다.
과거로 돌아가는 것만큼 완벽한 해결방법은 없을 것이다. 과거로 돌아갈 수만 있다면 세상에는 어떤 고통이나 슬픔도 존재하지 않을 것이며 동시에 누구도 현재를 소중하게 여기지 않게 되겠지.
-천 개의 파랑(160p)
연재는 무언가에 열중할 때 빛나는 인간이었다.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에너지가 빛으로 발산되는 것이다. 인간의 눈에는 보이지 아낳지만 열을 감지할 수 있는 콜리의 눈에는 그것이 보였다.
- 천 개의 파랑 (208p)
위 두개는 그냥 말이 예뻐서 가져와봤다.
사실 이 책의 하이라이트 구절은 가장 마지막 부분에 있다. 마지막 챕터는 처음부터 끝까지 명언 천지다. 남들보다 빨리 초등학교에 입학했지만, 남들보다 늦게 대학에 입학했고 늦게 졸업하게 되는 나는 "각자의 페이스대로 살아야지"라고 다짐하며 살고 있지만.. 요즘 문뜩 뒤처졌단 생각이 들곤 했다. 그런 나에게 무척이나 힘이 되어준 페이지였다. 결말은 스포라 관련된 말은 일절 못하겠지만.. (이미 너무 많은 인용으로 스포를.. 해버린 건가.. ㅎ) 리뷰 보니 결말이 아쉽다는 사람도 있었지만.. 나는 그래서 더 가슴 깊이 남았다.
"행복만이 유일하게 과거를 이길 수 있어"
-천 개의파랑(161p)
이 구절을 명심하며 살자. 어쨌든 다 행복해 지려고 하는 것..
생명을 사랑하며 선을 추구하려 노력해도.. 나도 인간인지라 모순된 모습을 보일 때가 많지만.. 그러지 않기 위해 꾸준히 노력하는 사람이 되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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