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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보다는 중편에 가까운 분량.
페이지 수는 많지 않아 지하철 이동 중 금방 다 읽었지만,
매우 흡입력 있는 전개 덕분에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이 책에서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명확했다.
삼인성호(三人成虎).
나는 마치 실제 언론을 통해 이 사건을 접하는 사람처럼 책을 읽었다.
‘나라면 이 사건을 어떻게 받아들였을까?’,
‘실제로 벌어진 일이라면 사람들은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
끊임없이 자문하며 페이지를 넘겼다.
사람은 자신이 믿고 싶은 대로 믿는 경향이 있다.
하나의 가십은 불특정 다수에게 아주 좋은 먹잇감이 되고,
그 확인되지 않은 정보는 어느새 사람들의 입을 타며 '사실'이 되어버린다.
가십을 맹신하는 이들은 집단을 형성하고, 그들이 다수가 되면
군중심리에 의해 사실 여부는 중요하지 않게 된다.
만약 그 가십이 거짓으로 밝혀진다면?
그들에겐 진실이 중요한 게 아니다.
그 가십이 '사실이어야만' 하고, '사실이라고 믿어야만' 한다.
결과가 자신의 뜻과 다르면 ‘조작된 사건’이 되고,
그들은 여전히 자신이 옳다고 믿는다.
슬프게도 이런 광경은 실제로 너무 자주 본다.
그로 인해 누군가는 견디지 못하고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도 한다.
가십은 연예인이나 사회적 이슈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우리 일상 속 작은 네트워크 안에도 늘 존재한다.
“누가 그랬다더라”, “누가 그러는데 말이야”
우리는 모두, 의도하든 아니든 가십의 매개체다.
그리고 사실 수용자보다 더 중요한 건 바로 ‘매개자’의 역할이다.
같은 사실도 어떤 문체로, 어떤 뉘앙스로, 누구의 입장에서 전달되느냐에 따라
사건은 완전히 다르게 비춰질 수 있다.
대학교 시절, 내가 배운 값진 교훈 중 하나는
"사실에 근거해 상황을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2학년 때, 나는 각각 다른 두 사건에서
한 번은 가십의 매개체로, 한 번은 가십의 주인공으로 휘말린 적이 있다.
매개체였을 때의 나는 양쪽 입장을 객관적으로 전달하지 못했고,
주인공이었을 때의 나는
“어차피 아무도 내 말을 안 믿을 거야”라는 생각에 침묵했다.
결국 그 두 사건은 나에게 뼈아픈 교훈을 남겼다.
그 후로 나는 언론에서 쏟아지는 소문을 그대로 받아들이기보다
팩트를 중심으로 판단하려고 노력하고,
사람들과의 대화 속에서도 내 이야기가 아닌 이상 타인의 이야기를 쉽게 전하지 않으려 애쓴다.
또한, 가십의 대상이 될 경우 내 입장을 분명하게 전달해야 한다는 것도 알게 됐다.
침묵하고 회피하면 결국 상처받는 건 나 자신이기 때문이다.
책에 대한 감상에서 시작해 어느덧 내 이야기를 하게 되었지만,
이 책의 주인공 역시 자신의 무고함을 아무도 100% 믿어주지 않았기에
읽는 내내 “혹시 극단적인 선택을 하지 않을까” 조마조마했다.
‘이 세상에 내 말을 믿어주는 사람이 단 한 명도 없다면 얼마나 답답하고 억울할까’
그 감정에 깊이 이입한 채로 책장을 넘겼다.
결말에 대해 말이 많은데,
나는 그 결말이라서 오히려 더 충격이었다.
짧지만, 강렬했다.
책을 다 읽고 한동안 그 여운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 『죽이고 싶은 아이』
킬링타임용으로 강력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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