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고통 구경하는 사회
저자 : 김인정
출판: 웨일북(whalebooks)
발매 : 2023.10.15
이 책은,
세월호, 이태원, 무안공항 등 크고 작은 사회적 참사와 고통이 일어날 때마다
정치, 언론, 집단, 그리고 나 자신은 그 사건들을 어떻게 바라보았는지,
또 왜 이런 비극이 반복되는지를
각자의 역할과 시선에서 되돌아보게 만든다.
그리고 개인이자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앞으로 내가 될 수도 있는 ‘그들’과 어떻게 연대할 수 있을지
깊이 고민하게 만드는 책이다.
그들은 비슷한 눈을 하고 있을까. 악의 얼굴이라는 게 존재할까.
같은 외형에 선과 악이 숨길 수 없이 투영된다는 믿기 어려운 상상을 하고 있던걸까.
아니면 단순 관음증이나 호기심에 불과했을까.
방글라데시는 아시아의 빈곤 국가 중 하나이다. 개발을 위해 앞장서서 탄소를 배출한 나라가 아니다. 기후 위기에 대비할 수 있을만큼 충분히 제반 시설을 갖추지 못한, 극도로 가난한 아시아의개발도상국을 기후 위기의 샘플이자 해결책으로 소개하려는 뉴스는 누구의 시선인가.
뉴스는 인간이 만들어내는 것이다. 인간을 닮았다. 보이는대로 보다가 자칫하면 주류의 시각을 답습한다.
과학적으로 인과 관계를 증명해야 할 책임은 기업이 아닌 노동자에게 과다하게 부담되어있다.
위험하다는 것은 모두 이미 알고있었다.
한 여름에 전기 장판을 틀어 불이 난 인과 관계는 쉼터의 환경에 이미 내재해 있었다.
어떤 노동자들에게 보이는 곳에서 쉴 권리가 제대로 주어지지 않은 사회는,
그들의 휴식이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사회는,
그들이 쉬는 모습을 실은 보고 싶지 않은 사회일지도 모르겠다는 것을
...
깨달았다.
쉬는 걸 보이지 않아야 쉴 수 있는 사람들이 있다.
아포리즘 처럼, '도움 받아야 할 사람'이 오히려 타인을 도왔다는 식의 서사가 일종의 전복이고, 그래서 뉴스가 된다고 즉각적으로 판단했던 것은 아닌가 하는 껄끄러움이 뒤늦게 남았다.
숨 가쁜 추모 기간을 정한 애도를 하며 '슬픔을 정치에 이용하지 말라'라고 자못 엄숙한 목소리를 내는 이들이 있었다. 그러나 타인의 고통을 본 뒤 슬픔에만 머무르라고 강요하는 것은 이상하다. 구경하는 눈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해야 할 일이 많으니까.
본 뒤에는 우리끼리 눈을 마주치고 우리가 어떻게 어디로 가야할 지를 함께 고민하는 일이 남아있으니까.
어떤 슬픔은 사회적 실패에서 오고, 공공영역의 오류를 해소하는 것이 정치이기 때문이다.
확증 편향 안에서 모은 정보를 기반으로 한 선택적 연민과 나르시시즘의 끝은 폭력이었다.
소수자로서의 정체성이 굳어지면 주장해야 할 권리의 범위 역시 주류의 등쌀에 짓눌린 채 인식하게 되곤 한다.
왜 너/그들에게 공감하기 위해선 나/우리와의 연결고리가 매번 필요한지, 바깥의 고통에 대비되어 더 선명하게 드러나는 나의 행운에 안도하는 방식이나 우리의 성취를 대조해서 성찬하게 되는건 지나치게 얄팍하진 않은지.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맥락을 제거한 채 화해를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지워진 맥락을 복구하는 것이다.
같은 이름의 다른 고통을 막기 위해
이들의 선한 의도는 언론이 좋아하는 영웅담의 소재가 되기도 하겠지만,
우리가 그보다 더 멀리 바라봐야 하는 건
그들이 나눠주고 이식해준 기억 자체일지도 모른다.
제대로 슬퍼하려면 기억을 나누어야 하고, 필요한 만큼
충분히 오래 슬퍼하려면 기억을 되살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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